개인 서버 만들기 (1): 하드웨어 장만

드디어 지지난 주부터 시작해서, 집에다 개인 서버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사실, 좀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들이 많아지면서 자료들을 하나로 모을 필요를 느꼈거든요. 우리 집 PC에, 유치원 다니는 아들 육아 문제로 주중에 얹혀 사는 처갓집 PC, 그리고 제가 쓰는 맥북에다, 마눌님 노트북까지… 그나마 사진이랑 음악 파일들은 주로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동기화하고, 주말에 시간 나면 (사양이 가장 좋고 용량 큰 HDD들이 있어서 백업까지 할 수 있어서) 메인으로 사용하는 우리 집 PC에서 정리하며 써 왔습니다.

헌데, 처갓집에 있을 때 우리 집 PC에 저장된 자료가 필요할 일이 생기고, 가끔 뭐 볼 거라고 동영상 다운로드 받아 놓고는 시간이 안 나서 묵혀 두었다가, 막상 나중에 시간 나서 보려고 했더니 그게 처갓집 PC인지 마눌님 노트북인지도 헷갈리기도 하고… 늘 들고 다니던 맥북을, 어디 업체에 나가 작업한다고 회사에 두고 나온 바로 주말, 맥북에다 옮겨둔 아이폰의 동영상이 꼭 그때 필요한 일이 생기는 나만의 머피의 법칙을 몇 번 경험하면서, 개인 서버에 대한 욕구를 합리화하게 되었드랬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USB HDD가 지원되는 IP 공유기에 대용량 외장 HDD를 하나 붙여서 시도해 봤는데, 몇 십 GB 수준의 MP3 파일들이랑 사진 파일들을 옮기는데도 너무 하세월인지라, 이건 실패!!! 결론 짓고 전력 적게 먹는 적당한 베어본 PC를 하나 장만해서 직접 홈 서버를 만드는게 낫겠다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에 하지만, 마음…은 먹어도, 애 딸린 맞벌이 부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남편 형편에 낼 수 있는 시간은 뻔한 터. 차일피일 시간 나면 하지 뭐 하며 뭉개기를 두어 달… 마침(?) 회사에서 메인 업무로 참여하던 프로젝트 하나가 뿌러지면서,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한 정신적 데미지(응?) 극복 및 재충전이라는 명분과 시간을 확보, 지지난 주말에 베어본 PC의 구축 비용을 견적 내 보는 것으로 개인 서버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런 거 살 때 흔히 ‘이왕 장만하는 거’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지곤 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CPU 파워, 메모리-HDD 용량, 그래픽… 오랜만에 다나와 사이트에서 눈구경하다 보니, 뭐 이대로라면 초 수퍼 울트라 서버가 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 정신차리고 원래의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주 목적은 파일 서버고, 보조 목적은 오래 전부터 시도해 보고 싶었던 블로깅을 위한 워드프레스 설치 정도인 지라,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저전력!!!” 요거 하나로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보통 베어본들의 경우 소비 전력이 120W를 넘지 않는데요, 팬 소음 없는 것으로 알아 보면 선택의 폭이 확 줍니다.

제일 처음에 고른 녀석은 디지털그린텍의 MINIX D2700 HD PC 이었는데요,

  • HDD와 메모리만 빠진 상태로 20만원인데,
  • 10W 전력의 2.14 GHz듀얼 코어 인텔 아톰 CPU (어댑터 채용으로 팬 없는 디자인)에다
  • HDMI 출력 (1080p 디코딩), USB 3.0, 듀얼 기가비트 이더넷, DDR3메모리 최대 8GB까지 지원.

컴퓨터 방 구석에서 1년 365일 24시간 계속 돌아갈 시스템이어서 HDMI 출력과 듀얼 기가비트 이더넷이 약간 오버스럽단 생각이 있었지만, 가격대 성능비가 나쁘지 않은 녀석한테, 기능이 더 있어서 나쁠 건 없죠. 내장 2.5″ HDD는 집에서 남는 것으로 일단 쓰고, 나중에 큰 용량의 외장 HDD를 하나 추가할 요량으로 바로 본체와 메모리를 구매 했습니다.

헌데 배달되어 온 본체에다 메모리를 장착할 때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품 홈페이지 및 구매 사이트에 나온 MINIX 제품 사양에는 메모리가 일반 데스크탑용 DDR3(DIMM 타입)이었는데, 실제 제품은 노트북용 DDR3(SO-DIMM 타입)이어서 설치 불가…. 해당 회사 고객센터에 문의했습니다만, 회사 제품 사양서 관리상의 실수여서 죄송하긴 한데, 회사 규정상 제품 환불 말고는 다른 보상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메모리 5000원 더 주는 사는 셈 치고 노트북 타입 메모리로 교환해서 쓸까도 잠깐 생각하다가, 대화 끝나고 나서는 왠지 부도덕한 악덕 고객 취급 받는 느낌(-_-)도 들고 별로 기분이 안 좋고 해서, 결국 해당 제품은 반송 처리, 메모리는 구입자 변심으로 환불 요청했습니다. 물건 자체는 좋아 보였는데요, 저랑 인연이 아닌 가 보죠.

그렇게 몇 일 허비하고 다음에 고른 녀석이 마이리플의 LOOK D525 였습니다.

  • (MINIX에 비해) CPU사양이 같은 듀얼 코어지만 클럭이 좀 떨어지고 (1.8GHz),
  • USB3.0이 없다라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 역시 팬은 없고 무려 60W 어댑터에 2GB 메모리 500GB HDD를 포함해서 30만원.

어댑터의 전력도 낮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만 정확하게 갖추고 있는데다, MINIX 덕분에 메모리와 하드가 내장되었다는 점이 이번엔 맘에 들었습니다. OS는 최신 우분투 12.04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혹시 2GB 메모리가 약간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뭐 부족하면 그때 추가하지 하고는 바로 구매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OS 설치하고 필요한 것 이것저것 올려서 테스트 했는데 제가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 파일 서버(ftp, samba): 일단 가정 내에서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연결된 PC와는 최소 초당 70 MB(560 Mbps) 이상의 속도가 나옵니다. 이 정도면 필요할 때 대량의 자료를 복사하더라도 불편하지 않을 수준은 됩니다. 집 밖에서는 어차피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 제약을 받을 테고요. 실제 처갓집이나 회사에서 확인해 보면 대략 초당 3 ~ 5 MB (24 ~ 40 Mbps) 정도 나오는 것 같네요. 감동…
  • 블로그 호스팅 서버: mysql 하고 apache 설치한 다음, 워드 프레스 3.4.1 설치해서 돌리는데 역시 문제 없습니다. (당연한 거죠… ?)
  • Air video 서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변환하고 스트리밍 해 주는 서버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잘 동작하는 것 확인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동영상 시청은 잘 않는 편이라 사실 많이 사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토런트 클라이언트: 원격으로 torrent 실행시켜 두면 나중에 ftp나 air video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torrent로 뭔가 구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 싶습니다.
  • UPNP/DLNA 서버: 스마트 TV 및 STB이 없어서 동영상은 맥북이나 노트북으로만 시청하는 우리 집 환경상, 로컬 네트워크 내에서만 동작하는 UPNP/DLNA 서버도 그다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모르잖아요? 그러다 애플TV같은 게 하나 생기면… (아 생각만 해도 좋다…)

리눅스에 익숙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 도전! 해 보실 것 강추합니다. 실제 서버 구축하는 과정은 조만간 별도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